간단히 말해, Git, SVN은 기본적으로 소스코드 버전관리용이라 CAD 버전관리용으로는 사실 무리수인 점이 있다. 필수 기능 보완을 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커스터마이제이션이 필요하다.
하지만 GrabCAD는 철저하게 CAD 지향이므로, 커스텀 개발해야 할 부분들이 거의 전부 다 이미 구현되어 있다.
완전 무료다.
사실 이게 최초 진입시에 제일 큰 장벽이기도 하다. 아무리 소액이라도, 조직에서 결재받는게 쉽지 않다.
약관을 대충 읽어보니(한글 번역본도 제공됨), 데이타가 날아가는 사고가 나도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등의 전형적인 면책 조항들이 줄줄 있다.
하지만, 회사 내부의 로컬 컴퓨터에서 계속 미러링 할 수 있으므로 설령 GrabCAD 서비스 자체가 완전히 날아가 버려도 업무 진행 및 최종 버전의 데이타 보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버전관리
Git과 같은 Branch 기능은 없다. 하지만 Branch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원활하게 업무흐름에 적용하는 기계설계 엔지니어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쪽 분야에서는 그렇다) 이 부분은 아직 연구단계의 기능으로 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 내에서의 확실한 버전관리는 되기 떄문에, 믿을만 하다.
Git의 결정적 약점은 Lock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SVN은 Lock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CAD Assembly를 해석하지는 못하므로 제한적인 Lock 기능일 뿐이다. 하지만 GrabCAD는 Assembly 단위로도 쉽게 Lock을 걸 수 있다.
로컬에서 설계자가 계속 개정을 진행하다가,, 원할 때 GrabCAD 쪽에 Sync 시킬 수 있다.
CREO의 경우, 파일에 꼬리표로 따라붙는 버전넘버링을 자동적으로 1로 통일시켜 준다.
속도
다운로드, 업로드 속도는 그다지 빠르다고 볼 수는 없다. 수백메가바이트 수준의 프로젝트를 다루는데는 좀 답답할 수도 있지만, 다운로드 업로드 속도 자체가 직접적인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Web UI에서의 반응 속도는 일반적인 웹서비스 정도다.
3D WebGL은, 로딩 후 이리저리 돌려볼 때 상당히 빠르다. 다만 PC의 3D 가속이 지원되지 않으면 WebGL은 사용하지 못한다.
CAD 데이타를 업로드하고 나서 바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GrabCAD 쪽에서 포멧 변환 과정을 거치는 시간이 필요하다. 300MB 정도의 프로젝트를 업로드 하고 나서, 이 과정이 완료되는데 몇 시간 정도 생각해 줘야 한다. 물론 이것 역시 결정적인 약점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이정도야 뭐 참고 쓸 수 있지 하는 수준.
안정성
수 년간 GrabCAD를 계속 사용해 오면서, 데이타가 망실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서비스 점검이나 기타 사유로 서비스가 한시적으로 중단되는 경우는 가끔 있었으나, 최근에는 거의 본 일이 없는 것 같다.
WebGL의 안정성 역시 훌륭하다. PC에 문제가 없으면 뻗는 일 자체가 없다고 봐도 될 듯.
모바일 클라이언트의 안정성은 예전에 사용해 볼 떄 상당히 안 좋았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사실 모바일 뷰어는 없어도 그만인지라 신경 쓸 필요가 없을 듯.
다만 법적으로, GrabCAD는 거의 전적으로 면책권을 주장한다. 데이타 망실시 손해배상 청구 같은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보안성
해당 프로젝트를 열람, 수정 하는 권한을 사용자별로 구체적으로 관리 가능하다.
다만 GrabCAD에 저장되어 있는 나의 데이타를, GrabCAD가 다른 목적으로 다른 회사에 이관해 버리거나 또는 GrabCAD가 나의 데이타를 들여다 보는 행위를 막을 수 없다.
사실 이런 보안성은 회사가 삼성전자 급이 아닌 이상 실질적으로 전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솔까말 일반적으로, 기구설계 데이타라는게 보안등급을 최고로 놓을 만한 데이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심하면 완전히 오픈해 버려도 상관없다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설계데이타를 꽁꽁 숨긴다고 중국의 카피맨들이 카피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카피를 걱정하는 것 보다 경쟁사와의 다른 우위성을 찾는게 현명할 것이다.
기능성
기본적으로 Solidworks를 가장 중시해서 맞춘 것으로 생각된다.
일단 PTC CREO와의 궁합을 본다면, 모든 prt, asm, drw 파일을 온라인으로 다 볼 수 있다. 자동 버전 넘버링 정리도 이루어진다. 다만 불필요한 log, m_p 같은 파일을 청소해 주는 기능은 없다.
CREO의 asm, prt 파일 내의 정보를 읽어서 BOM 작성시 그대로 다 반영해 준다. 다만 한글로 된 정보는 인코딩 문제로 깨진다. (빌어먹을 MS Windows 같으니라고.)
dwg, dxf, pdf는 당연히 다 볼 수 있다. 다만 dwg 뷰어에서 선 굵기 등은 정교하게 나오지는 않는 것 같다. 다행인 점은 한글은 안 꺠진다. 아마 사용하는 dwg 뷰어 라이브러리가 좋은 걸 쓰나보다.
엑셀 같은 MS Office 파일은 직접 못 보여준다. 이건 뭐 그러려니.
BOM을 자동으로 생성해서 csv 파일로 받을 수 있다. 다만 예쁜 양식으로 잘 편집하는 것은 사용자 몫. 아마 이 부분은 PC쪽 어플을 하나 만들어서 자동으로 예쁘게 BOM, PartList를 생성해 주는 걸 해결해야 할 것 같다.
CEO에의 설득
회사의 사장님이 GrabCAD를 회사의 PDM으로 사용할 것을 허락할 것인가?
경영자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장단점을 잘 설명해 드려야 할 것이다.
장점
비용이 전혀 필요없어요.
회사의 모든 사람들(설계팀에서 열람권을 준 사람들)이 자신의 PC에서 직접 우리의 설계안이 개선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고, 의견 코멘트를 언제든지 주실 수 있어요.
이 방법으로, 효율적인 동시공학(컨커런트 엔지니어링)이 우리회사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을 거에요.
영업팀이 설계안을 보면서, 디자인이나 사용자 입장에서의 의견을 직접 코멘트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번거로운 서류작성 등이 필요없이 그냥 SNS 하듯이 간단히 될 거에요.
상식적인 선에서, 의도하지 않게 우리의 데이타는 외부로 유출되지 않아요. (유출사고가 나면 할 수 없고.. ㅠㅠ)
설계자 각자의 PC에 중구난방으로 저장되어 엉망이던 데이타 관리가 아주 깨끗하게 될 거에요.
단점
GrabCAD 회사를 전적으로 믿어야 해요. 이 회사에서 데이타 유출이 일어나도 우리는 현실적으로 통제할 수 없어요. 사실 이런 일은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시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일반적인 사항이라고 보시면 돼요.
회사 직원에 의한 데이타 유출 사고가 일어날 통로가 하나 더 늘어나요. 그런데 사실 작심한 직원이 데이타 유출하는 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보시면 돼요. DRM 등의 갖은 수단으로 직원들의 PC에 통제를 가하는 식의 솔루션은 사실 보안 효과 보다 업무 효율 저하의 폐해가 더 심각해요. 그냥 직원을 믿으셔야 해요.
PDM을 도입할 때, 보통 실무 직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편이에요. 관리 업무가 가중되고, 정형화된 업무흐름에 더 통제받게 되기 떄문에 업무상의 자유가 사라지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GrabCAD는 그런 부작용을 아마 가장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돼요.
우리 회사만의 요구에 맞게 커스터마이제이션이 불가능해요. (품질경영인증에 필요한 서류 자동 생성을 위한 API가 제공되고 있지 않다.)
다른 PDM으로의 마이그레이션이 사실 불가능해요. (수정이력 등 DB상의 정보을은 빼낼 수 없다. 오로지 CAD 데이타 자체만 백업받을 수 있음.)
도입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나?
많은 보수적인 제조업체의 경영진들이 흔히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 때문에 많은 혁신적인 시도들이 꽃을 피우지 못하고 죽어나갔다.
내가 알기로는 아직 우리나라 제조업체 중에서 GrabCAD를 주력 PDM으로 채용한 기업은 없는 것 같다.
사실 GrabCAD 쪽에서도 한국은 별로 크게 영업적으로 신경쓰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다만, 도입시 실패 위험이 가장 낮은 방법이고, 설령 싪패하더라도 손실되는 기회비용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러면 당연히 해 봐야지!
결론
GrabCAD는 나에게 완성도 높은 OpenSource PDM의 출현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렇게 출현할 New-Generation OpenSource PDM은, Git 수준의 섬세한 관리 및 사용자 자유도가 부여되어야 한다.
GrabCAD를 업무용으로 도입 가능하다고 판단되고,
이를 벤치마킹한 Git-Based Opensource PDM의 출현을 기대한다. 몇 년 정도는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